
묘령
@Kingsmaker_MR
Right After the Revolution
태양이 곤두박질쳤다.
세상이 뒤집혔다. 황제의 목은 덩그러니 눈밭을 구르고 있었다. 가장 황좌와 거리가 멀다고 평가한 삼황자가 어전에서 모습을 드러냈을 때 대신들은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특등석에서 관람한 그들의 머리속은 저마다의 계산으로 가득했다. 눈밭 위는 고요한데 군중의 마음은 시끄럽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것이 벌써 한 달전의 일이다. 황권교체 이후 일주일 가량은 매일매일이 혼란의 연속이었다. 황제의 유능한 참모는 반정이 성공한 직후, 지나치게 부패한 관리를 내쫒고 행정체계를 점검했다. 딱 일주일 정도는 세상에 정의가 바로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호락호락하던가? 잘못된 한 가지를 바로잡으려 일평생을 분신하여도 끝내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전 황제의 치세 동안 잔뜩 썩어있던 국가의 일면들은 수십년이 더 지나야 회복될 것이다. 두려움에 떨던 관리들도 점차 이전처럼 안정을 찾아갔다. 썩은 물에선 멀쩡한 꽃도 비틀어진다. 넓은 황궁에서 좀 힘있다 하는 것들 중 썩지 않은 것을 골라내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런 이유로, 더 이상의 인력감축은 어려울 것으로 사료되옵니다."
신수혁은 말단 관리가 기어들어갈듯이 하는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의 업무를 맡을 만한 인재는 땅에서 솟지 않는다. 특히나 재무부는 부패가 심했던 탓에 죄지은 이들을 다 솏아내고자하면 남는 사람이 없다. 안그래도 불어난 업무를 처리하려면 더 많은 인력이 필요했다. 잘못한 것이 뻔한 이들을 곁에 두려니 속이 탔다. 그러나 이것은 그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신수혁은 답답한 마음을 달래고자 창문을 열었다. 한달전에 비하면 찬바람은 많이 가셨으나 여전히 밤공기가 싸늘했다. 금방 올 것 같던 봄은 소식도 없다.
"신."
등뒤에서 들러온 음성에도 그는 놀라지 않았다. 늦은 시간 이맘때쯤 황제가 그를 찾는 것은 이제 익숙해진 일이었다. 퍽 달갑기도 했다. 그가 돌아보는 사이 어느새 볼프강은 그의 바로 뒤에 서있었다. 그가 창문을 닫으며 신수혁의 마른 어깨에 팔을 두르고 끌어안았다. 실짝 식은 몸에 온기가 불붙듯이 피어올랐다.
신수혁은 마음에 번잡하던 번뇌들이 빠르게 잠잠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슨 일 있어?"
"...예."
그는 물음에 긍정하는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다고 생각했다. 짧은 말 한 마디가 너무 나약하게 들리는 것 같아서 그는 볼프강의 표정을 살폈다. 다행히 그의 얼굴에는 경멸과 같은... 전황제가 종종 타인에게 내비치곤 했던 그런 감정의 기색은 조금도 존재하지 않았다.
볼프강은 그에게 무슨 일이냐고 묻지 않았다. 신수혁은 그런 점이 좋았다. 어떤 것도 설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그는 캐묻지 않았다. 그저 그의 곧 쓰러질듯한 몸뚱아리를 더 세게 끌어안았을 뿐이었다.
요즈음 신수혁은 일출을 보고서야 쪽잠에 드는 일이 잦았다. 아침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세네시간 정도만 겨우 잠에 들었다. 나날히 파리해져가는 안색에도 도무지 일을 줄여줄 수가 없다는 것이 볼프강의 가장 큰 걱정이었다. 그 빌어먹을 자식이 온통 똥칠을 해놓은 나라꼴을 바로잡으려면 자신과 대신들 모두 지금보다 두배로 일해도 모자랄 판이었으니까. 개자식. 볼프강은 황제의 예법을 익히고 난 후에도 전황제와 관한 일에는 쌍욕을 아끼지 않았다. 너무 쉽게 죽인 것이 한이었다.
전황제의 치세 내내 부와 권력을 누리던 기득권은, 전황제의 죽음 직후에만 잠깐 고개를 숙였을 뿐, 제가 가진 것들을 내려놓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기득권 층의 입장에서는 볼프강은 애송이였다. 황제의 관을 썼다고는 하나 이제 갓 스물을 넘긴 젊은 황제는 노친네들 눈에 하룻강아지로 보였다. 볼프강이 무력 반정으로 황권을 쥐었음에도 군사력을 기반으로 공포 정치를 펼치지 않은 것이 그들이 황제를 얕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그대들이 지은 죄를 청하고, 책임을 지게 해달라?"
"예, 소신들은 폐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볼프강은 어전에 떼거지로 몰려와 자신을 벌해달라 청하는 귀족들의 정수리를 후려갈기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책임, 말이야 좋지. 저들이 다 황궁을 떠나게 되면 정권이 텅비게 된다. 그걸 알고서 떼로 몰려와 황제 앞에서 뻣대는 꼴이 기가 막혔다. 볼프강은 평소와 다름없는 재무대신의 표정에서 분노를 읽었다. 신.. 화났구나.
"폐하, 소신이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볼프강은 신수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어오는 것에 곧장 고개를 끄덕이려했다. 하지만 허락의 말을 뱉기도 전에 격양된 호통이 신수혁을 향했다.
"신의원! 우리는 지금 폐하의 뜻에 따르기 위해 모인 것이오, 그대가 아니라!"
더 싸늘해질 수 없을 것 같았던 어전의 공기가 얼어붙었다. 볼프강은 얼굴을 일그러뜨리지 않기 위해 모든 인내심을 다 써야했다. 신수혁이 무덤덤하게 자신의 무례를 사과했다. 사실 군주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쪽이 더 무례한 일이기는 했으나, 그들에게는 아직 자존심을 세울만한 힘이 없었다.
신수혁은 자신이 당한 모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얼어붙은 공기를 능숙하게 조절해 대화의 물꼬를 틔웠다. 간신히 재개된 독대는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버렸지만.
"...그런 일이 있었는 데, 어떻게 해야하는지 모르겠어."
볼프강은 황궁을 방문한 율리시즈를 독대하고 있었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외양을 가진 공작가의 외아들은 황제 답지 않은 모습의 볼프강의 태도에도 전혀 개의치않고 그의 상담자 역을 자처했다.
"지금 기싸움을 하겠다는 거에요."
"기싸움? 나랑 척을 지면 좋을 거 하나 없지 않나?"
어쨌든 지금 황제는 나잖아. 볼프강은 그렇게 말하며 케이크를 한 입 크게 베어물었다. 율리시즈는 작게 웃고 대답했다.
"자기들을 더 대접해 달라는 거죠. 그리고 정적을 견제하기 위함도 있을 거에요."
"걔네 정적이 누군데?"
"그야 신수혁 도련님이시죠."
이건 또 생각지도 못한 일이네. 볼프강은 예상치 못했던 그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 걔네가 신을 견제 하려고 한다고?
"도련님은 폐하의 최측근이고 부패한 몇몇 귀족들을 퇴출시키는 데 앞장서셨으니까요."
"그걸 명한건 나지만, 나한테 대놓고 대들 순 없으니까 신을 견제한다는 거구나."
"네, 귀족들이 도련님을 싫어하는 이유가 그것뿐만은 아니지만요."
볼프강은 무어라 반문을 하려다가 그보다 빠르게 스쳐가는 깨달음에 입을 다물었다. 율리시즈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는 그 말뜻을 알 것 같았다.
'신의 과거 때문이겠지. 그건 신 잘못도 아니었는데'
귀족들이 그를 뒤에서 뭐라고 말할지 듣지 않아도 뻔했다. 방탕한 선황제의 애동 출신. 바로 그 황제 밑에서 비굴한 아첨으로 권력을 누렸던 주제에 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인다. 볼프강은 신수혁의 과거에 어떠한 사견도 없었다. 그를 사랑하기 때문에 감내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그를 사랑하지 않았더라도(물론 그럴 일은 없었겠지만) 그 사실에 어떤 유감도 없었을 것이다.
전황제의 애동으로 보낸 신수혁의 유년은 그에게 부정할 수 없는 불행이었지만, 그저 그뿐이었다. 그 일은 신수혁의 존재에 어떤 흠집도 내지 못할 것이며 과거는 그를 잠시 붙들어 놓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볼프강은 신수혁을 함부로 동정하지 않을 것이다.
율리시즈는 굳어버린 볼프강의 표정에서 그의 심려를 쉽게 추측했고 반쯤 빈 찻잔을 채워주었다. 이후 두 사람 간에는 별다른 말이 오가지 않았지만 둘 다 이 자리에 없는 한 사람을 염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신수혁은 간신히 서류더미에서 빠져나와 테라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근 한달간 그의 일상은 단조로웠다. 서류서류서류 그리고 잠깐의 수면, 다시 서류. 점차 업무가 안정되어간다는 것만이 그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이런 일상을 몇년만 지속해도 수명이 몇십년은 줄어버릴 것이다.
그는 잠시나마 본격적으로 쉬어볼 요량으로 가지고 나온 책을 펼쳐들었다. 글로 얻은 피로를 독서로 풀어내는 습관은 그가 어쩔 수 없는 활자광임을 증명했다. 페이지를 넘기던 중 유독 눈에 띄는 문장이 위에 그의 시선이 머물렀다.
'...그러나 영화 속에 좋은 것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야심이나 전쟁이나 폭력에 의하지 아니하고 아주 다른 방법으로 얻어질 수 있나니, 평화로운 행위와 탁월한 지혜, 인내와 절제에 의함이라.'
그는 이 문장이 완벽하게 들어맞는 한 사람을 알고 있었다. 폭력과 피가 아니라 평화로운 행위와 지혜, 타고난 덕성으로 영광을 쟁취할 한 남자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
이것은 신수혁의 오랜습관 중 하나였다. 그는 언젠가부터 그가 읽는 책의 문장문장이 볼프강 골든레너드를 지칭하는 것처럼 상상하곤 했다. 딱히 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어느새 자연스럽게 생각이 그곳에 미쳤다. 그의 생각은 출발점은 다를 지언정 종착점은 늘 같았다.
그는 종종 그의 황자님이 미숙했던 시기를 그리워하곤 했다. 그 당시 볼프강에게는 그가 필요했다. 하지만 작물이 다 자라면 버팀대를 뽑아버리듯이 그의 존재는 나날이 쇠락하고 있었다.
'신의원! 우리는 지금 폐하의 뜻에 따르기 위해 모인 것이오, 그대가 아니라!'
신수혁은 오전의 일을 생각했다. 자신에게 노호성을 지르는 원로대신, 그 뒤에 시립한 귀족들. 그는 눈치가 빨랐다. 새 황제의 절대적인 신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업신여기는 이유를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다.
비단 귀족들뿐만이 아니었다. 황실에서 심부름하는 어린아이조차 자신의 출신을 알고 수군거렸다.
'나는 페하의 치부나 다름 없다.'
본디 이런 종류의 소문은 가라앉은 후에도 때때로 수면 위로 떠올라 당사자를 덮친다.
'그 애동이 설치는 꼴을 보았나? 폐제의 몸뚱아리 밑에서 빌어먹던 주제에 어딜 감히!'
신수혁이 폐하를 알현하고 물러날 때, 그는 복도저편에서 자신을 모욕하는 말을 들었으나, 대응하지 않았다. 볼프강에게 해가 될 것을 염려해서도 있지만 결정적인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는 그 비난이 일정부분 사실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멀리서 그의 명예를 깎아내리는 말들과 그에 맞장구치는 불쾌한 웃음소리가 들려올 때 신수혁은 그저 우두커니 서있다, 한참 후에야 그 자리를 떠났다.
그의 생각은 어느 순간부터 먼 곳을 향해 있었다. 기껏 펼쳐든 책의 페이지는 더 이상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 신수혁은 그 위에 볼프강의 미래를 그렸다. 동화에 나올 것 같은 어진 왕이 되어 대대손손 칭송받을 현제의 모습이 어렵지 않게 그려졌다. 그는 신수혁의 꿈이었다. 그 꿈이 날아오르기 위해서는 자신의 존재는 그로부터 떨어져나와야했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던 중, 불쑥 튀어나온 남자다운 손이 페이지를 덮었다.
"...폐하."
"신, 쉬고있었어?"
자신을 다정하게 내려다보는 모습에 그는 무심코 미소지었다가 스스로의 나약함에 놀랐다. 볼프강은 오른손으로 그의 책을 빼앗아 탁상에 밀어두고 신수혁의 양손을 가지런히 겹쳐 왼손으로 덮었다.
"손이 찬데. 너무 무리하고 있는 거 아니야?"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 진심어린 사려가 묻어있었다. 신수혁은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볼프강의 어깨에 볼을 기댔다. 그의 엷은 한숨이 볼프강의 귀 뒤 언저리에 퍼지자 볼프강은 그가 편히 기댈 수 있도록 팔을 두르고 등을 받혔다. 그 손길이 어린아이를 대하듯 조심스러워 웃음이 나왔다.
'이런 분이시지.'
어린 짐승처럼 약한 것들에게는 한없이 유하고, 적이라해도 그 피를 함부로 뿌리지 않는다. 어디서든 보기드문 자질이다.
"무슨 생각 중이었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정말?''
되물어오는 말에 신수혁은 고개를 들었다. 황금빛 눈동자가 그를 직시하고 있었다.
''...폐하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번에 놀란 쪽은 볼프강이었다. 그는 신수혁의 입에서 흘러나왔다고는 믿기지 않는 대사를 곱씹었다. 평소같이 딱딱한 어조가 아니라, 아직 잠을 덜 깬듯한 몽혼한 목소리로 자신을 생각했노라 말하는 음성은 마치 밀어를 읊는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했는데?''
같은 질문이었지만 좀전보다 더 집요하게 물어오는 통에 신수혁은 대답을 피할 수 없었다.
''그냥...폐하께서 많이 자라셨다는 생각.''
그래서 이제 내가 필요할 날도 얼마남지 않았겠구나하는 생각. 신수혁은 뒷말을 삼켰다. 볼프강은 그의 대답에 만족하지 않고 질문을 이어나갔다.
''어디가 자랐는데?''
손으로 귓바퀴를 천천히 헤집고 뒷덜미를 쓸어내리는 통에 그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신수혁이 대답을 유보하는 사이에도 볼프강의 손짓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처음뵈었을 때는 저와 엇비슷하셨는데... 지금은 차이가 많이 나지 않습니까. 또 여러가지로 많이 성장하셨습니다.''
황제의 것에 손대지 않겠다며 마구간에서 잠을 청하던 그 때보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이 자랐다. 철없는 황자는 온데간데 없고 어진왕이 그 자리에 있었다. 몇 가지만 다듬으면 그는 완벽해질 것이다.
하지만 볼프강은 그의 대답에 다른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맞닿은 입술에 신수혁은 고개를 살짝 들었다. 이내 입술을 댄채로 볼프강이 속삭이자 그의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또 어디가 자랐는데?''
그가 몸을 붙여오자 신수혁은 그제서야 그가 바라는 대답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그는 대답 대신으로 팔을 목에 두르고 끌어당겼다. 볼프강이 커튼을 닫는 사이 그는 그제서야 방문의 걸쇠가 내려져 있음을 알아차렸다. 재무대신의 방은 몇 시간 정도 더 잠겨 있었지만 다행히 그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은 없었다.
사랑은 환영처럼 쉽게 흩어진다. 그것은 부자간의 정이라도 다르지 않은 것이었다. 현실에는 냉혹한 북풍이 불고 감정의 불꽃은 언제나 미약하다. 신수혁은 누구보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따금 감정의 깊이에 대해 상념했다. 깊은 감정은 오래가겠지. 하지만 해저에도 바닥은 있듯이, 어떤 깊은 마음도 언젠가는 무색해지기 마련이다. 살같이 마주 닿아올 때마다 신수혁은 그의 소유욕이 언제쯤 바닥날 것인가 가늠해왔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와 함께할 때면 언제나 제대로된 생각을 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폐하."
볼프강은 어느새 방을 나설 채비를 마치고 있었다. 침상 위에 늘어져 있던 그가 자신을 불러오자, 그는 곧장 고개를 돌려 신수혁을 향해 다정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폐하, 원로대신들의 말은 개의치 마십시오. 어짜피 오래 지나지 않아 정계에서 물러나게 될 자들입니다."
볼프강은 대답하지 않았다. 신수혁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들의 자리는 황실에 우호적인 이들로 채워질 겁니다. 이미 적당한 인물을 모색하고 있으니 폐하께서는 흔들리지 마시고 폐하의 정치를 하시면 됩니다."
볼프강은 신수혁의 상황과 마음을 어렵지않게 짐작할 수 있었기에 섭섭한 마음을 억눌렀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후희 뒤 처음 뱉는 말이 저것이라니.
"알아, 안흔들려"
볼프강에게 사랑의 마음은 그 어떤 감정보다 깊고 짙었기에 그는 다른 감정을 사랑으로 인내할 수 있었다. 이것은 볼프강에게 생소한 일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싸늘한 적막이 내려앉으려는 순간 볼프강은 침대 위에 걸터앉아 그를 끌어당겨 안았다. 한몸처럼 맞아들어가는 몸뚱아리에 신수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볼프강은 그런 그를 더욱 깊게 안았다. 겨우 두 사람뿐인데도 생각은 한데 겹치지 못하고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갔다.
맞닿은 가슴에서 같은 박동으로 뛰는 심장소리를 들으며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미래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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